3.1운동의 전국적 확산의 배후에는 이름 없는 주동자들의 발품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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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의 전국적 확산의 배후에는 이름 없는 주동자들의 발품이 있었기에
3.1운동의 ‘주동자’는 33인 민족대표만이 아니다. 양반과 상민, 여자와 남자, 어린아이와 노인이 모두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들고 독립선언서를 돌렸다. 만세시위는 서울과 평양을 시작으로 삽시간에 전국에 전파됐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사회도 아니었고, 휴대폰도 없는 시절이었기에 모든 지방이 동시다발적으로 운동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꼼꼼한 계획과 훈련받은 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교회 조직이었다. 교회 및 기독교 조직은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한 연락망 및 지도 체제가 3.1운동을 가능케 만들었던 것이다. 일본이 당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처음 3.1운동을 계획한 사람들은 각 지역에 밀사들을 파견했다. 서북지방에는 선우혁이 밀파됐다.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은 당시 서북 교계를 대표하던 길선주 목사였다. 선우혁은 길선주 목사에게 3.1운동의 계획과 의미를 설명했고, 전국적 시위운동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길 목사를 비롯한 양전백 목사, 이승훈 장로는 쾌히 승낙하고 같은 지방 기독교계 중견 지도자들을 연결해주기까지 했다. 소개받은 이들은 변인서, 김도삼, 도인권 등으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젊은 일꾼들이었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식으로 여러 지방의 지도자, 연락망, 조직 등을 갖춘 것이 3.1운동을 가능케 만들었다. 당시 교회는 일본의 눈을 피해 시위를 계획하는 장소로, 각 지방과의 연결을 통한 연락망으로, 만세 시위에 기꺼이 뛰어들 교인들이 모인 곳으로서 기능했다.
교회에서 교육받은 청년들은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 시위를 주도하는 주동자가 되었다. 3.1운동의 전국적 확산 뒤에는, 이들 ‘이름 없는 주동자들의 발품’이 있었던 것이다. 여성들의 역할도 두드러졌다. 선언서의 전달, 인쇄, 태극기 제작뿐만 아니라 직접 만세 시위운동의 주동자가 되기도 했다. 여성이라 하면 우리는 얼른 유관순을 떠올리기 쉬우나 충주 출신 어윤희(魚允嬉 1881-1961) 전도사를 주목해야 한다.
어윤희 전도사는 1880년 6월 20일 충북 충주시 소태면 덕은리 산골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워 학업의 기초를 닦았다. 아버지가 늘 강조했던 ‘말은 충성되고 미쁘게 행실은 착실하고 남을 공경하라(言忠信 行篤敬)’ 란 금언을 가슴에 새겨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어윤희는 12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1894년에 결혼하였다. 하지만 그해 동학농민전쟁이 발발하자 그의 남편은 결혼한 지 3일 만에 동학군에 참가하여 전투 중에 전사하였다.
갑자기 남편을 잃은 어윤희는 시댁을 떠나 본가로 돌아와 지내던 중 1897년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고향을 떠났다. 고아이자 과부인 그녀는 10여 년을 황해도 평산, 해주 등지를 전전하다가 1909년에 경기도 개성에 정착하였다. 거기서 어윤희는 우연히 개성 북부교회에서 정춘수(鄭春洙) 전도사의 설교를 듣고 감명을 받아 기독교에 입문하여 북부교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어윤희는 1909년 6월 미국 남감리회 선교사로 개성북부교회 등에서 전도하던 갬블(Gamble, Beatrice Jenkins, 1879~1927, 甘保利)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았으며, 선교사의 추천으로 주로 기혼 여성들을 위한 개성 미리흠(美理欽) 여학교에 입학하여 정규교육을 받았고, 후에 호수돈(好壽敦)여학교에 입학하여 35살 되던 1915년 3월 졸업하였다. 그녀는 졸업 후 전도부인이 되어 개성북부교회에서 전도와 계몽 활동에 종사하였다.
1919년 개성의 여자성경학원사감으로 있던 중 3.1운동을 맞았다. 어윤희가 1919년 3.1운동 당시 개성지역 독립선언서 전달역할을 주저함 없이 맡았다. 그녀는 3월 1일 오후 2시 경 개성시내 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근의 주민들에게 옷 속에 숨겨둔 독립선언서를 나눠 주고, 서울의 3.1만세운동 소식을 전하며 개성 3.1운동에 불을 붙였다.
만세운동은 3월 3일 오후 2시를 기해 호수돈 여학교 학생들이 시가로 몰려나오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시위대의 맨 앞에서 어윤희 전도사는 군중을 이끌었다. 그날 저녁 어윤희는 집에서 저녁을 먹던 중 일본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녀는 경찰에 체포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과 악형을 당했다. 법원에서 1년 6개월의 징역을 받고 서울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 이화학당의 유관순과 함께 투옥되었다. 거기서 그녀는 어린 유관순이 고문당할 때마다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여유와 사랑을 베풀었다. 감옥 안에서도 그녀의 투쟁은 유명하였다. 어윤희는 서대문형무소에 투옥중인 여성투사들과 함께 1919년 12월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옥중만세시위를 일으켰으며, 이들의 투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제의 무도한 탄압과 모진 악형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어윤희는 유관순 등 여성투사들과 함께 1920년 3월 1일, 3.1운동 1주년 기념일을 맞아 옥중 만세시위를 벌였는데, 이것은 유명한 얘기다. 옥중에서 투쟁하는 모습을 본 의료선교사 스코필드는 깊은 감명을 받고 이후 어윤희와 의남매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그는 출옥 후 민족독립운동의 통합조직인 신간회 개성지회, 근우회 개성지회에 참여하여 민족운동과 여성운동에 앞장섰다. 해방 후에는 개성에 유린보육원을 세워 고아를 돌보았고, 한국전쟁 후에는 월남하여 서울 마포에 정착하여 서강유린보육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육영사업에 헌신하였고, 서강감리교회 장로로서 교회를 섬기다가 1961년에 생을 마쳤다.
충청북도 여성발전센터에서는 새로운 길을 밝힌 충북 여성 10명을 선정하여 2005년 1월에 “충북여성인물사”1을 발간했는데, 거기에 어윤희 전도사와 전밀라 목사가 선정되어 수록된 일은 다행한 일이다.
3.1운동사에서, 천안 아우내(병천) 장터에 유관순이 있었다면, 개성에는 충주출신의 어윤희 전도사가 있었기에 개성의 3.1운동이 있었고, 그것의 영향으로 전국에 극렬하게 확산되어 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충북 기독교인, 특히 감리교인들은 충북이 낳은 개성 3.1운동의 주역 어윤희 전도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3.1운동의 ‘주동자’는 33인 민족대표만이 아니다. 양반과 상민, 여자와 남자, 어린아이와 노인이 모두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들고 독립선언서를 돌렸다. 만세시위는 서울과 평양을 시작으로 삽시간에 전국에 전파됐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사회도 아니었고, 휴대폰도 없는 시절이었기에 모든 지방이 동시다발적으로 운동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꼼꼼한 계획과 훈련받은 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교회 조직이었다. 교회 및 기독교 조직은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한 연락망 및 지도 체제가 3.1운동을 가능케 만들었던 것이다. 일본이 당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처음 3.1운동을 계획한 사람들은 각 지역에 밀사들을 파견했다. 서북지방에는 선우혁이 밀파됐다.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은 당시 서북 교계를 대표하던 길선주 목사였다. 선우혁은 길선주 목사에게 3.1운동의 계획과 의미를 설명했고, 전국적 시위운동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길 목사를 비롯한 양전백 목사, 이승훈 장로는 쾌히 승낙하고 같은 지방 기독교계 중견 지도자들을 연결해주기까지 했다. 소개받은 이들은 변인서, 김도삼, 도인권 등으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젊은 일꾼들이었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식으로 여러 지방의 지도자, 연락망, 조직 등을 갖춘 것이 3.1운동을 가능케 만들었다. 당시 교회는 일본의 눈을 피해 시위를 계획하는 장소로, 각 지방과의 연결을 통한 연락망으로, 만세 시위에 기꺼이 뛰어들 교인들이 모인 곳으로서 기능했다.
교회에서 교육받은 청년들은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 시위를 주도하는 주동자가 되었다. 3.1운동의 전국적 확산 뒤에는, 이들 ‘이름 없는 주동자들의 발품’이 있었던 것이다. 여성들의 역할도 두드러졌다. 선언서의 전달, 인쇄, 태극기 제작뿐만 아니라 직접 만세 시위운동의 주동자가 되기도 했다. 여성이라 하면 우리는 얼른 유관순을 떠올리기 쉬우나 충주 출신 어윤희(魚允嬉 1881-1961) 전도사를 주목해야 한다.
어윤희 전도사는 1880년 6월 20일 충북 충주시 소태면 덕은리 산골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워 학업의 기초를 닦았다. 아버지가 늘 강조했던 ‘말은 충성되고 미쁘게 행실은 착실하고 남을 공경하라(言忠信 行篤敬)’ 란 금언을 가슴에 새겨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어윤희는 12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1894년에 결혼하였다. 하지만 그해 동학농민전쟁이 발발하자 그의 남편은 결혼한 지 3일 만에 동학군에 참가하여 전투 중에 전사하였다.
갑자기 남편을 잃은 어윤희는 시댁을 떠나 본가로 돌아와 지내던 중 1897년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고향을 떠났다. 고아이자 과부인 그녀는 10여 년을 황해도 평산, 해주 등지를 전전하다가 1909년에 경기도 개성에 정착하였다. 거기서 어윤희는 우연히 개성 북부교회에서 정춘수(鄭春洙) 전도사의 설교를 듣고 감명을 받아 기독교에 입문하여 북부교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어윤희는 1909년 6월 미국 남감리회 선교사로 개성북부교회 등에서 전도하던 갬블(Gamble, Beatrice Jenkins, 1879~1927, 甘保利)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았으며, 선교사의 추천으로 주로 기혼 여성들을 위한 개성 미리흠(美理欽) 여학교에 입학하여 정규교육을 받았고, 후에 호수돈(好壽敦)여학교에 입학하여 35살 되던 1915년 3월 졸업하였다. 그녀는 졸업 후 전도부인이 되어 개성북부교회에서 전도와 계몽 활동에 종사하였다.
1919년 개성의 여자성경학원사감으로 있던 중 3.1운동을 맞았다. 어윤희가 1919년 3.1운동 당시 개성지역 독립선언서 전달역할을 주저함 없이 맡았다. 그녀는 3월 1일 오후 2시 경 개성시내 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근의 주민들에게 옷 속에 숨겨둔 독립선언서를 나눠 주고, 서울의 3.1만세운동 소식을 전하며 개성 3.1운동에 불을 붙였다.
만세운동은 3월 3일 오후 2시를 기해 호수돈 여학교 학생들이 시가로 몰려나오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시위대의 맨 앞에서 어윤희 전도사는 군중을 이끌었다. 그날 저녁 어윤희는 집에서 저녁을 먹던 중 일본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녀는 경찰에 체포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과 악형을 당했다. 법원에서 1년 6개월의 징역을 받고 서울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 이화학당의 유관순과 함께 투옥되었다. 거기서 그녀는 어린 유관순이 고문당할 때마다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여유와 사랑을 베풀었다. 감옥 안에서도 그녀의 투쟁은 유명하였다. 어윤희는 서대문형무소에 투옥중인 여성투사들과 함께 1919년 12월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옥중만세시위를 일으켰으며, 이들의 투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제의 무도한 탄압과 모진 악형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어윤희는 유관순 등 여성투사들과 함께 1920년 3월 1일, 3.1운동 1주년 기념일을 맞아 옥중 만세시위를 벌였는데, 이것은 유명한 얘기다. 옥중에서 투쟁하는 모습을 본 의료선교사 스코필드는 깊은 감명을 받고 이후 어윤희와 의남매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그는 출옥 후 민족독립운동의 통합조직인 신간회 개성지회, 근우회 개성지회에 참여하여 민족운동과 여성운동에 앞장섰다. 해방 후에는 개성에 유린보육원을 세워 고아를 돌보았고, 한국전쟁 후에는 월남하여 서울 마포에 정착하여 서강유린보육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육영사업에 헌신하였고, 서강감리교회 장로로서 교회를 섬기다가 1961년에 생을 마쳤다.
충청북도 여성발전센터에서는 새로운 길을 밝힌 충북 여성 10명을 선정하여 2005년 1월에 “충북여성인물사”1을 발간했는데, 거기에 어윤희 전도사와 전밀라 목사가 선정되어 수록된 일은 다행한 일이다.
3.1운동사에서, 천안 아우내(병천) 장터에 유관순이 있었다면, 개성에는 충주출신의 어윤희 전도사가 있었기에 개성의 3.1운동이 있었고, 그것의 영향으로 전국에 극렬하게 확산되어 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충북 기독교인, 특히 감리교인들은 충북이 낳은 개성 3.1운동의 주역 어윤희 전도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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